네덜란드 엔스헤데 Tetem 미술관으로부터 커미션을 받아, 새 인터렉티브 게임과 두개의 영상 작업으로 개인전을 진행했습니다.
<다정하기 연습 Kindness Practice>
4월 18일에서 9월 15일까지
위치
@tetemkunst
“각박한 세상이란 어떤 세상일까? 무표정하게 서로를 지나치면서 눈을 피하고, 닿지 않도록 몸을 움츠리며, 결국 상대방을 인식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세상이다.
우리는 생각이 너무 많다. 생각할 거리가 차고 넘친다.
뱀이 꼬리를 물고 끝나지 않는 원을 그리듯이, 생각도 점점 몸집을 불린다. 타인이 그 생각을 더 늘려놓을까 봐 우리는 서로를 예민하게 경계하며 벽을 쌓아 올린다. 그리고 마침내 외로워진다.
가장 필요한 것은 떠오르지 않는다. 정작 가장 간단하고 단순한 것인데도.
잠들기 전 멀리서 들리는 도란도란 대화 소리, 사과를 담은 편지 봉투에 붙이던 조그만 스티커, 넘어진 자전거 위로 불쑥 내미는 손, 이마를 감싸는 커다란 손에서 느껴지는 걱정의 온도, 부딪힌 어깨 너머로 보이는 낯설은 눈웃음의 향기, 공동체가 드디어 서로를 “인식“하는 그 모든 순간의 제스처와 태도.
다정함이란 단순한 것들에서 시작한다. 너무 단순해서 잊어버리기 쉬운 것들이다. 그런데 다행이도 이 다정함은 오래 남는다. 얼마나 오래 남는지 머리카락에, 머리카락에, 눈썹에, 입술에, 손깍지 사이에, 날갯죽지에, 배꼽 위에, 허벅지에, 정강이에, 복사뼈에, 발바닥에, 몸의 곳곳에 조용히 숨쉬고 있다.
당신은 냉소로 물드는 세상이 외롭다. 햇빛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오던 하교길처럼 따스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 어릴 적 기꺼이 누군가를 지키는 동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던 마음을 기억한다.
다른 존재를 인식하고, 눈을 마주하고, 팔을 구부리고, 손가락을 펴서 천천히 흔들자.
우리는 이 자리에 서서 몸 곳곳에 새겨진 다정한 제스처와 신호들을 떠올리는 트레이닝을 할 것이다. 서로를 따스하게 인식하는 공동체를 인터렉티브 튜토리얼로 연습하면서, 어딘가에 납작 엎드려 숨쉬고 있을 가장 강하고 멋진 존재를 우리의 몸 위에 깨울 시간이다.”
프로젝트 지원
@tetemkunst
콜라보레이터 🍏
인터렉티브 게임 디자인 및 개발 : 안명균 & 성인모
전시 아이덴티티 제작 및 게임 그래픽 서포트 : 정다슬
게임과 필름 이미지 서포트: 김모차 & 미카
게임과 필름 사운드 디자인 및 제작 : 최영
전시 디렉션 서포트 : 박동주
전시 전경 :
@tessawiegerinck
Special thanks to
고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