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결혼식을 꽤 다녔다. 그때마다 확인하는 신부의 옆자리. 아버지는 건강하신지, 살아계신지, 같이 손을 잡고 나오는지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 둘 울타리를 지어 나가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나의 둥지가 생겼다. 처음 해보는 동거와 이런 안정감. 행복감을 느끼는 사이 한번씩 상상 속 결혼식에서 혼자 걸어나가는 내 모습이 휘리릭 지나간다. 나는 누구 손을 잡고 문을 나서야 하나 고민한다.
오늘은 해가 더 쨍하게 졌다. 빨갛게 내려가는 햇빛 앞에 오랜만에 짧다는 내 생명선을 펴보고, 그림자 때문에 더 길어진 손금으로 위안 받는다. 오늘 촬영 핑계로 꽃을 샀다. 마음속의 안치실에 꽃을 전해두고, 인생은 그래 보인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되는 걸로 믿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