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11/4, 12/23 세 번의 소환조사, 3번의 마약검사, 이 모든 과정이 어떠한 물증 없이, 오로지 업소 실장의 증언만 가지고 이루어졌다. 업소 실장은 지드래곤의 경우 ‘지드래곤이 업소에서 마약을 한 것으로 의심된다’, 이선균에 대해서는 ‘함께 마약을 했다’고 진술. 물론 지드래곤도 증언 외에 아무런 물증도 없는 상황. 결과적으로 ‘의심된다’했던 이는 음성 판정으로 면죄부를 얻어냈고, ’했다’고 전해진 이는 간이검사 1번, 정밀검사 2번, 총 3번의 음성 판정에도 불구하고 죽음으로 내몰렸다. 사람 말이 이렇게나 무섭다.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고. 가진 게 증언밖에 없는 경찰에게 ‘의심된다’와 ‘했다’의 차이는 어마무시 했을 것이다. ‘의심되는’ 놈은 까봤는데 아니면 어쩔 수 없고, ‘했다’는 놈은 했을 것이 분명하니 혹시나 안 나오면 또 뒤지고 또 뒤지고. ‘의심되는’ 놈은 그렇다 쳐도 ‘했다’는 놈은 어떻게든 ‘한’ 놈으로 만들어 내야만 한다. 그런데 ‘했다’는 놈이 계속해서 음성이 뜨니 얼마나 난처했을까.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언론에 ‘했다’는 놈을 먹잇감으로 던져주고 경찰은 자신들의 너무나도 명백한 헛발질을 감추는데 성공. 언론사들은 경찰한테 받은 녹취도 풀고 사생활도 풀어서 조회수를 마구마구 빨았으니 기분이 좋았고, 덕분에 경찰은 사람들이 마약검사 음성 판정엔 관심이 없어서 기분이 좋았고, 이 무리한 경찰 놀이를 진행한 형사과장은 ‘했다’는 놈이 죽던 날 승진해서 기분이 좋았다. 27일 이선균 사망 직전 그와 관련된 기사들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내용은 ‘빨대를 이용, 코로 수면제 흡입’ 여부였다. 모두 26일 저녁 8시 JTBC 뉴스룸에서 단독보도 한 내용을 인용한 기사였고, 위의 캡쳐한 기사는 JTBC 단독 보도의 일부분이다. 업소 실장 김씨는 ‘진술했고’, 이선균은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했다’와 ‘알려졌다’라는 말장난으로 JTBC는 이선균을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진술했다’라는 표현은 업소 실장의 말을 그대로 옮겼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하지만 ‘알려졌다’라는 말은 이선균 본인이 아닌,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의 전언을 의미하기에, 그 뒤에 ‘(아님 말고)’가 숨겨져 있다고 봐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결과적으로 JTBC 단독에서 확인 가능한 것은 업소 실장 김씨의 케타민 흡입에 관한 추가적인 진술이 있었다는 사실 뿐, 이에 대한 이선균의 인정 여부 및 반박은 ‘아님 말고’다. 수면제로 알았다는 일관된 이선균의 진술이 업소 실장의 케타민 관련 추가 진술과 결합, JTBC 덕분에 이선균은 졸지에 수면제를 코로 흡입하는 사람이 되었다. 경찰과 언론은 그를 계속해서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올 때마다 신종마약 운운하며 마땅히 잡아야 할 놈을 놓친 듯 굴었다. ‘의심된다’가 아닌 ‘했다’의 대가는 너무나도 참혹했다. 그는 어떻게든 마약을 ‘한’ 놈이 되어야만 했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니 이런저런 사생활이 까발려지며 ‘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선균이 모욕과 수치심 속에 죽음으로 떠밀리는 가운데 경찰과 언론은 끊임없이 득을 봤다. 경찰은 사건과 관련 없는 사안들까지 흘려가며 비난에서 멀어졌고, 언론은 교묘한 말장난을 이어가며 이선균을 광장에 매달고는 조회수를 빨아댔다. 결국 그는 죽었고, 경찰과 언론, 이 환장의 듀오는 마지막까지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는 중이다. 유족은 그의 유서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경찰이 흘렸는지 TV조선을 통해 그 유서 일부가 공개됐다. TV조선은 고인이 광고 및 영화 위약금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언급했다고 전하며, 그 위약금이 1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선균은 100억 때문에 죽은 것이라고 아주 친절히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죽었는데 결국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RIP